[회원인터뷰] 거인의 정원을 꿈꾸는 꽃집, 김경숙 회원을 만났습니다.

관리자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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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기념식의 꽃 화분을 기억하시나요?


천안YMCA 각종 행사와 꽃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때 항상 도움을 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꽃집 ‘새순’의 김경숙 회원님입니다. 

이번 달에는 꽃과 청소년들을 사랑하고 매번 열정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김경숙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어느 가을 오후, 불당동 ‘새순’ 인근 까페에서 김경숙 회원님의 꽃과 꽃집 ‘새순’, YMCA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웃 까페를 방문하는 길에도 꽃을 챙겨 선물을 하시네요^^)

 


● 꽃, 애증의 인연으로 이어지다




천안으로 이사를 오기 전 서울에 살았어요.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생기면서 그동안 해오던 컴퓨터학원 강사일을 그만두고 무얼할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꽃집이었어요. 어릴 적 고모님 꽃집에서 일을 도와드렸던 경험도 있고 해서 시작은 했는데, 시작하고 나서야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90년대 중반만 해도 전문학원이나 자격증 과정도 없었고 선생님을 모시고 사사를 받는 방식이었는데 꽃꽂이를 배우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정말 몰입을 했고, 2000년에는 국내에서 제일 큰 경진대회에 본선까지 진출을 했어요. 그런데 본선에 가서 경쟁자들을 보니 외국에서 모시고 온 선생님들 도움을 받고, 사용하는 꽃도 한국에서는 보지도 못한 외국 꽃들을 사용하고 있는거에요. 큰 충격이었죠. 이게 뭔가? 결국 돈인가? 싶었구요. 외국에 나가서 더 배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가게도 시작했고, 경제적인 형편도 되지 않아 이래 저래 결국은 실망만 가득 안은 채 ‘다시는 꽃 공부 안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접었죠. 그리고 이듬해인 2001년에 천안으로 이사를 했어요.

부모님 고향이 병천이셨고 저희보다 2년 앞서 천안으로 내려오신 터라 마음을 먹고 나서 정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요. 이사를 오면서 광명아파트 근처에 꽃집을 냈어요. 공부를 안하겠다 마음 먹은 것이지 생계는 또 꾸려가야 하니 남편과 함께 꽃집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어요. 농사도 시작했다 망해보기도 하고... 생화를 중심으로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계절에 따른 가격 변동에 손님들의 불만이 큰 스트레스였죠. 그러면서 뭔가 변화가 좀 필요한데 꽃이 아닌 식물 전문 샵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고 마침 그때 테라리움(Terrarium, 라틴어 'terra-흙'와 'arium-작은 용기'의 합성어. '병 속의 화원'으로 볼 수 있는 녹색 예술을 뜻하는 용어)이 유행을 했어요. 그 후로 한동안 테라리움에 몰입을 하다가 만나게 된 것이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 생화를 특수 보존액으로 처리해 생화의 촉감과 원하는 색깔을 3년 이상 유지되게 만든 꽃)였구요.



● 큰 힘이 되어준 큰딸



그 무렵 큰딸이 농대를 졸업했는데 까페에서 알바를 하겠다는 거에요. 차라리 우리 가게에서 알바를 하라고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열심히 잘했어요. 이 일에 재미를 느껴서 그랬는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더라구요. 우리 딸이 글재주가 있어 블로그와 SNS에 사진과 소식들을 올리니 지방에서도 주문이 오기 시작하는거에요. 딸과 함께 일하면서 큰 힘이 되었죠. 싱가포르에 테라리움 클래스를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딸과 함께 무작정 가서 배우기도 하고, 프리저브드 플라워 재료 수급을 위해 일본에 관련 전시장에 가서 생산업체를 발굴하고 한 달 후에 그 업체를 다시 찾아가 거래를 뚫기도 했어요. 뭐든 하나에 꽂히면 앞뒤 안 보고 직진하는 점도 딸과 통하고 제가 못하는 것들을 해 내는 딸의 역할이 새로운 도전과 전환의 계기가 되었어요.

코로나가 급속하게 확산되던 20년 3월에 맘까페에 입점을 하기로 했었는데 갑작스럽게 세상이 멈춰버리니 막막하고 우울했어요. 그때 딸이 봄에 나오는 후리지아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생화 이벤트를 해보자는 거에요. 당시 집안에만 갇혀있던 사람들에게 기대 이상의 호응이 있었고 결국 접으려고 했던 생화를 아직까지 취급하는 계기가 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새롭게 도전했던 영역들이 자리도 잡기 전에 생화를 접었으면 아마 코로나 시기를 버텨낼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 밖에도 코로나 초기에 작업을 위해 가지고 있던 덴탈마스크로 응원 메시지와 함께 마스크 나눔을 했던 일이나 생화를 냉장 보관하는 게 싫어서 신문지를 사용했는데 꽃 정보와 성경 말씀이 들어간 분홍색 신문을 직접 발간해 포장지로 쓰고 있는 일, 사람들 손타면 마음고생이 더 심할 것 같아 극구 반대를 했는데도 딸이 무작정 질러서(?) 시작하게 되고 지금은 새순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가 된 무인 꽃집 ‘새순24’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함께하고 만들어 온 것 같아요.(웃음)

 

 


● 청소년들과의 만남 그리고 YMCA



YMCA를 들어보긴 했지만 뭘 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는데 쌍용동에서 새순을 운영할 때 윤혜란 총장님이 오셨어요. 옥상을 꽃으로 좀 꾸미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으시는 거에요. 조언을 해드리고 마침 집에 꽃씨를 받아 놓은 게 있어서 좀 나눠드렸는데 그런 인연으로 YMCA에서 필요한 선물 등을 주문해 주시거나 이사님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를 진행하기도 하고 이래 저래 만나고 함께할 일들이 생기더라구요.

그 중에도 기억에 남는 건 매년 방학 때마다 두 번씩, 3년 동안 진행했던 청소년 마을학교의 가드닝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들을 만나는 게 좋았어요. 좀 개구진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들 관심을 보였고 한번 참여하고 두 세 번을 계속 참여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저도 깜짝 놀랐고, 지금 그 친구들에게 그때의 경험이 어떤 인상과 계기로 남았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YMCA와의 인연이 쌓이고 잘은 몰라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제가 신앙인이라 그런지, YMCA가 조금 더 기독교 단체의 칼라를 드러내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는 YMCA가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일들을 하는데 다른 기관이나 단체들처럼 좀 더 파워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면 좋겠단 생각도 해봤구요. 제가 예전에 읽었던 ‘거인의 정원’(원제는 Selfish Giant, 오스카와일드)이라는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행복하고 안전한 공간이 YMCA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청소년과 청년들의 응원하는 ‘새순’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에게 ‘일’을 주면 어떨까 생각을 했고 가게에 일손이 필요하기도 해서 성격대로 천안의 모기관에 전화를 했죠. 아이들을 좀 채용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상한 사람으로 봤는지 제대로 답을 안주는 거에요. 한달 쯤 후에 다시 전화를 해서 책임자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해도 연결도 안해주고... 마침 우연히 가게에 들른 윤혜란 총장님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단체를 연결해주셨고 이번 여름에도 그 때 만났던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이 시골집에 놀러 오기도 했어요. 그 후에는 그룹홈과 ‘희망디딤돌’을 통해서 일자리와 일 경험이 필요한 친구들이 ‘새순’에서 일을 하기도 했구요.

사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피어싱이나 문신을 하고 와 부담스러웠던 친구도 있었고, 시작하고 이틀만에 잠수로 끝을 낸 친구도 있었어요. 가게의 필요와 아이들의 의지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고민도 많이 했고 ‘그냥 잘해주는 게 다가 아니다’, ‘필요할 때는 냉정하게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생각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일반 구직자들이나 플로리스트 자격을 가진 사람들보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마음 먹었던 일이니 ‘계속 해보자’ 생각을 하다가도 청년을 구하기 힘들 때마다 ‘이제 할 만큼 했다’, 현실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그런 시점에 함께 할 친구가 생겨서 계속 이어지더라구요.(웃음) 반대로 그런 기회를 주려면 가게가 더 잘 돼야 하는데 그게 부담이기도 해요.


[ 아들과 한 컷 ]


● 울타리 너머에도 관심 갖는 지역사회



나 자신도 중요하지만 그냥 나를 좀 내려놓고 이웃이나 주변도 좀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해요.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은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긴 하지만 조금만 귀를 열고 눈을 떠보면 어렵고 힘든 사람들, 일들이 많잖아요. 내가 세상을 다 돌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와 연관된 사람들, 주변 정도는 관심 갖고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천안이라 지역사회가 아이들이 쉴 곳도 많고, 머물 곳, 참여할 것들도 많은 그런 동네였으면 좋겠어요.



" 조용한 말투와 편안한 미소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김경숙 회원님,

지역사회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거인의 정원' 같은 YMCA, 새순을 함께 만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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