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제게 의미있는 삶은 '지금'입니다 - 신규철 회원

관리자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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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YMCA는 올해 창립30주년을 맞이했다. '청년의 꿈으로, 시민의 힘으로, 함께 만드는 지역사회 천안'을 향후 30년의 비전으로 제시하며 지역사회를 가꾸는 YMCA 운동 기반 조성, 주권자 시민이자 사회변화의 주체로서 청소년과 청년 육성, 강한 시민사회 살고 싶은 지역사회 천안을 활동 목표로 삼았다. 조금 늦었지만, 이러한 비전과 목표에 천안YMCA 회원은 어떤 기대로 함께 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회원인터뷰를 시작한다. 



천안YMCA와의 만남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던 때, 젊은 선생님 세 분이 학교로 신규임용이 되셨어요. 우리 담임 선생님도 그 젊은 선생님 중에 한 분이셨죠. 학교가 굉장히 보수적이었는데, 학생들을 잘 이해하는 젊은 선생님이 딱 두 명이 있었어요. 그 선생님들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을 그럭저럭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학교 졸업식 날이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 천안YMCA에서 청년노래모임을 하고 있는데 놀러가자고 제안해주셔서 6개월 정도 청년Y 노래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선생님 따라 왔던 게 천안YMCA와의 첫 만남이고, 그 선생님이 지금 저와 같이 천안YMCA 이사인 유환성 선생님입니다. 


천안YMCA 창립30주년 기념식 기념예배 특송으로 참여한 청년Y(OB). 사진 맨 오른쪽이 신규철 회원,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유환성 회원



대학Y 활동


고등학교 졸업하고 특별한 뜻이 있어서 대학에 간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과정에서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학진학을 위한 교육을 받았으니 일단 대학은 들어가야 하는 당연한 길목 같은 거였어요. 대학 가서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해봤던 거죠. 그 시기에 천안YMCA를 만났던 거죠. 당시에 천안에서도 대학Y를 만들어보자는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담당 간사님 한 명과 대학생 2명이 일주일에 한번 커피숍에서 만나 함석헌 선생님이 쓰신 기독교사상에 대한 글을 읽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2년정도 모임을 준비해서 호서대학교에서 (가)동아리까지 운영을 하다가 군대에 갔고, 복학하면서 학생 간사처럼 대학Y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던 거죠. 처음에는 대학생들이랑 같이 놀기만 했는데, 삼성사회봉사단 대학생 공익사업으로 천안시 보행권회복 운동으로 천안시내 모든 도로를 조사하여 인도에 주차하고 있는 차량 수를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젊어서 할 수 있는 용기와 무식으로 재활용분리수거 현황을 조사하겠다고 학교에 있는 모든 쓰레기통을 밤에 다 뒤집어서 조사하는 것도 해봤어요. 처음에 계획할 때는 지저분하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동아리 회원들이 같이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한 두번 모여서 같이 하다보니 이게 또 재미가 있는거야. 그래서 보고서도 내고 토론회도 했던 기억이 나요. 


Q.상근자도 아니었는데, 대학Y 만들기에 왜이렇게 열심히 했어요?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앙이 있어서 자기성찰을 하던 시기가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나는 왜 사는가, 나의 존재이유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점이었죠. 명확한 답을 찾았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막연한 생각이 이어졌던 것 같아요. 

YMCA 활동에 발을 들이면서 천안에서 있는 토론회란 토론회는 다 참여했던 것 같아요. 대학생이 시간이 많잖아. 지금 생각하면 토론회 자리 빌까봐 인력 동원을 한 것 같은데, 그때는 나에게 참 좋은 기회를 주시는구나 생각했던 거지. 행정학과였는데, 학과 공부는 안했는데, 토론회에서 들은 내용으로 레포트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보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후배들 밥 사주려고 장학금을 받아야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했더니 안믿으시더라고요.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는데,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3번 받아서 잘 썼죠. 


Q.근데 왜 전화번호 뒷자리가 9897이에요? (참고로 천안YMCA 전화번호는 575-9897 이다.)

대학생 때로 기억하는데, IMF 터지고 저소득 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프가 상록리조트에서 있었어요. 아마 파랑새 캠프였던 것 같은데, 2박3일 캠프에 스텝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성환 당시 총무님께 알바하는 조건으로 PCS폰을 사달라고 했어요. 당시에 PCS폰이 처음 나왔을 땐데, 집에 사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핸드폰이 생기게 되었는데 번호를 뭘로 할까하다가 굳이 9897을 뒷자리로 쓰게 되었던거죠. (놀랍게도 천안YMCA 실무자/상근자 중 전화번호 뒷자리가 9897인 사람들이 많다!!!!) 



대학Y를 조직하던 당시, 청년 신규철 회원 




YMCA 간사, 사회초년생의 어려움 


대학을 졸업했는데, 대학Y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거에요. 대학Y를 지원할 겸 학교에 남아 있으려고, 사회복지대학원에 다니며 행정조교를 했어요. 2년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YMCA에서 청소년사업부 간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간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동안에는 돈을 내고 하는 활동이었다가 이제는 돈을 받고 일을 한 거죠. 사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전공을 하며 복지에 대한 생각도 커지고, YMCA 간사 대신 다른 선택지도 있었어요. 그런데 YMCA 활동 덕분에 조금은 의미있게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보상이랄까? 그런 마음으로 일정시간 실무간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간사가 되었는데, 나에게 너무 많은 자기결정권과 권한을 주는 거에요. "니가 원하는 걸 해. 니가 원하는 걸 찾아봐'라는 질문이 사회초년생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운 질문이었어요. 대학Y활동과 다르게 청소년 영역은 많은 고민을 하지 못했기도 하고,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너의 눈으로 진단하고 너의 처방대로 일을 해보라는 게 사회초년생인 나에겐 좀 어려웠어요. 지금 내 눈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는데, 어디까지 진행해야 하는지 말 못할 고민이 있었고 그걸 해결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고민속에서도 해내야 하는 일들은 다 하긴 했지만요. 일정정도 주제와 가이드를 주고 사회초년생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그런 점을 조직에서도 마련하면 좋겠어요. 

YMCA만의 문제는 아니고, 작은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조직의 지원보다 개인의 실무력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적어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역량을 채워야지 100을 가진 실무자가 와서 150으로 도약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사로 함께하게 된 이유 


원론적이지만, 시민단체가 성장해야 좀 더 나은 세상이 된다라는 명제같은 믿음이 있어요. 그 믿음에 투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 조직이 지속되고 제 역할을 하려면 누군가는 손과 돈으로 함께해야 하니까요. 개인으로서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갖춰져 누리는 것이 있어요. 나는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차원에서 시민사회단체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회비를 내는 정도의 금액을 개인적으로 소유한다고 해서 삶이 윤택해질 것 같지는 않아요. 그에 비해 회비를 내 단체를 응원하는 것이 나에게는 사회적 효용감이 더 커요. YMCA이사가 된 것은 회비를 더 많이 내고 싶어서였죠. 그리고 회비를 낸다는 건 그곳에서 일하는 실무자에 대한 신뢰와 응원이기도 하니까요. 


천안YMCA 회원가입하기 




지금까지 YMCA 활동 중 의미있는 것? 


'청소년사업'을 진행한 게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성과가 바로 보이거나 주목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의 삶을 응원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니까요. 지금이야 청소년관련 단체도 많아졌지만 YMCA 초기부터 진행한 청소년활동으로 자체 동아리를 만들고, 하령회 등 교류활동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리더십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YMCA에서 제안했던 청소년 정책들이 이제는 공적영역에서 진행되어 더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조건을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유의미한 변화입니다. 확장된 공공영역에서 진행하지 못한 청소년 정책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하는거죠. 그런 지점이 지역사회에서 호응을 얻으면 회원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YMCA에서 진행했던 시민운동영역을 분화시켜 별도의 단체로 독립시킨 점은 훌륭한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단체의 성장만 생각한다면 단체를 분화하여 지역사회로 확장하는 일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아쉬운 점은 단체의 독립 분화 이후 YMCA 자체의 에너지가 재생산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함께 지역사회에서 성장하고 에너지를 키울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기대만큼 파이가 커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일이죠. 



앞으로 YMCA가 주목해야 할 활동은? 


O진짜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시작

청소년자원봉사제도가 축소되어 학교밖에서 자원봉사를 할 동인이 사라졌다. 청소년들이 학업에만 몰려 자원활동을 더 하지 않게 된 상황이다. 그동안 청소년들이 20시간 자원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봉사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청소년자원봉사제도가 생기기 전에도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했었다. 제도로 자체동력을 상실하였지만, 역으로 이제는 진짜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지 모르지만, 자원활동에 동의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효능감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한 참여활동을 준비해서 지역에서 부활시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O기후위기와 사회적 돌봄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YMCA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단체들, 시민들이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요. YMCA가 하는 기후위기 활동이 다르고, 각 단체별로 참여와 대응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사회적 돌봄의 역할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YMCA가 그동안 청소년과 청년활동에 집중해왔는데, 인구학적 변화를 고려하여 노인 프로그램과 참여활동에 대한 기획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YMCA의 색깔을 하나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O회원관리와 홍보강화 

기본적으로는 회원관리에 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그동안 단체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원관리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YMCA 30주년의 방향에 맞춰 새로운 회원을 만나고, 활동회원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소통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에 YMCA가 어떤 방식으로든 홍보가 많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회원이라 YMCA의 활동을 알고 있지만, 시민으로서 YMCA의 활동은 잘 체감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진행한 활동에 대해 잘 알려야, 시민의 참여로 이어지는 순환이 이뤄질 수 있으니까요. 홍보가 잘 될 수 있도록 저도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신규철 회원이 근무하는 복지관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경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규철 회원님은 '의미있는 삶'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이야기하며 YMCA와의 인연을 설명하였습니다. 문득 신규철 회원님에게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Q.회원님에게 '의미있는 삶'이 뭐에요?

가끔 나는 내가 만약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면 뭘 하고 살고 있었을까? '못된 사람이 되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요. 다행히 삶의 가치관을 정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기독교 가르침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기독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가지가 '사회참여'였어요. 또 교회에 다니면서 말씀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치이기도 하고, 세상에 교회가 이렇게 많은데 사회가 왜 변하지 않는가라는 게 고민이었어요. 그 시기에 제가 YMCA라는 빛나는 해결책을 만난 거였어요. 

YMCA에 있으면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들 수 있다는데, 그게 좋았어요. 교회에서 접하던 성경에 대한 해석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던 것도 좋았고요. YMCA에서 예배를 보며 고전적인 성경이 현대에 이렇게 해석될 수 있구나, 이런 좋은 해석을 하는 이 조직에 같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시절 함석헌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지금 시대에 예수님처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의미있는 삶을 살수 있게 선택하게 된 거니까요. YMCA 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진로를 바꾸기도 했으니 나에게는 의미있는 조직이죠. 그리고 이제 제가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에게 물려줄 사회가 덜 나빠진 상태로 물려주는 것이 하나의 소명같아요. 그런 삶을 개인으로서 실천하고 있지만 제가 다 만들수 없으니, 그런 역할을 하는 단체를 응원하며 회비도 내며 위탁하는 거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중이라 저에게 의미있는 삶은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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