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관리자
2024-09-13
조회수 47


출처 : 90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매년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게 됩니다. 9월에도 폭염 안내문자가 발송될 정도로 무더웠던 2024년의 온열질환 사망자는 30명에 달하며, 온열질환자는 3,250명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질병관리청, 24.08.29.)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의 위험이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은 더디고, 탄소배출을 부추기는 신공항개발, 기후대응댐 등 그린워싱은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더이상 선언이 아닌 구체적 정책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의로 올해도 기후정의행진을 위해 기후시민들이 모였습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후부정의 기업이 밀집한 강남으로 장소를 변경한 907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기 위해 천안YMCA도 뜨거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올해도 익산역에서 출발해 용산역까지 향하는 '기후정의열차'에 함께 탔습니다. 기차 창문에 '석탄, 가스 대신 재생에너지로'라는 슬로건을 붙이고 천안역으로 기후정의열차가 들어옵니다. 당진, 홍성, 예산, 아산, 천안 등 각 지역에서 참여한 사람들이 기후정의 행진에 가는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환대하며 서울로 향했습니다. 김밥과 음료수, 햇사과를 나누며 서로를 돌보고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져 으쌰! 기운이 났습니다. 



출처 : 90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출처 : 90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출처 : 90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서울 광화문과 시청근처가 아닌 강남역, 신논현역에서 보이는 풍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높은 건물이 즐비한 도로에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시민 3만여명의 뜨거운 마음은 뜨거운 날씨보다 더욱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3시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 오픈마이크 행사와 탈핵집회, 다양한 기후캠페인을 진행하는 작은 부스 등 볼거리 참여할 거리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더운 날씨였는데도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과 각자의 요구가 담긴 멋진 피켓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어려운 과제와 절망을 마주하는 순간이 쌓여갑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건 서로를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는 즐거움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출처 : 90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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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ction4climatejustice.kr/109




올해는 전국에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전주, 광명, 천안, 아산 등 지역 YMCA가 함께 모여 행진을 했습니다. 천안에서는 청소년들이 지역 기후행사에 참여하느라 함께하지 못했는데, 광명과 전주에서 온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행진해서 좋았습니다. 행진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메시지를 보며, 날씨로 체감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우리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 천안에서도 자원순환, 녹색교통, 녹색건축, 재생에너지 확대 등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보려 합니다. 그 과정에 이글을 보는 분들께서도 함께 하기를 기다립니다. 






[선언문] 우리의 연대로 만드는 새로운 길,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진합시다. 


쏟아지는 폭우, 녹아내리는 폭염, 우리는 오늘도 재난을 마주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보면서 우산을 챙기고 모자를 챙기던 평온함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는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속에서 오늘 하루도 안전하길 바라는 우려와 불안이 채워 집니다. 우리 일상을 책임지는 노동과 돌봄이 오히려 불평등한 기후 재난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편리함을 지탱하는 택배 노동자가, 안전함을 책임지는 건설노동자가, 자원순환을 연결하는 소각시설 노동자가, 힘든 노동을 감당하는 이주노동자가, 먹거리를 보살피는 농민이 기후재난의 당사자이자 우리입니다. 

생명보다 돈이 우선인 사회에서 우리는 삶을 위협받고 늘 서로의 서로의 안녕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존엄한 삶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이윤과 성장 뒤에 숨어 외면하고 귀를 닫았습니다. 기후위기 책임이 큰 기업과 부자들은 여전히 수많은 혜택을 누리지만, 정작 돌봄과 복지가 필요한 곳은 공공요금 인상이나 물가 상승, 의료 공백 등 힘겨운 현실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재난이 이상기후 현상이 아닌 불평등이 연결된 재난인 이유입니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에너지체제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윤석열 정부는 핵산업을 살리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길이며 기후위기 대응의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낡고 오래된 핵발전소 수명은 연장하고, 새로운 핵발전소를 더 짓고, 수출 세일즈맨으로 뛰기도 합니다. 새로운 석탄발전소는 늘어나고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며 수백억 원을 쏟아붓습니다.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수많은 송전선을 세우려 합니다.

언젠가부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말은 주민들을 겨누는 칼이 되었습니다. 전기는  핵발전소 지역에서 갑상샘암이 되고, 석탄발전소 지역에서 폐질환이 되기도 하며, 송전탑 건설 지역에서는 공동체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산업을 위해 무한정 늘어나기만 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고 더 많은 지역에 핵발전소와 송전탑을 짓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몇몇 민간기업과 해외 기업의 먹거리로 전락하고 에너지 공공성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폐쇄되는 석탄발전 노동자들의 삶을 이어갈 정의로운 대책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전력 수요를 늘리면서 핵 위험과 온실가스를 늘리는 위험한 질주 속에 ‘민생’은 없습니다.  

 

자본만 살찌우는 기후 대응 사업, 파괴된 생태계에 생명은 없습니다. 

곳곳에 녹색성장 깃발이 꽂히고 개발의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대변하는 녹색에 성장과 개발이 합쳐지더니 어느것 무분별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 되었습니다. 국립공원과 그린벨트도 규제 합리화 명분으로 보전의 끈을 잃었습니다. 공항 건설로 갯벌과 산이 사라지고, 케이블카를 위해 국립공원을 파괴하며, 강을 막아 물을 가두는 댐 사업 망령도 살아났습니다. 도시 녹지를 지키던 그린벨트조차도 해제될 위기입니다. 토건 자본은 산을 깍고 갯벌을 메우고 강을 막으며 이윤을 남기겠지만, 우리는 결국 파괴된 생태계 속에서 신음하는 생명과 더 큰 기후재난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한걸음씩 내딛으며 산에 깃들 때에는, 허리를 숙이고 갯벌에 난 작은 구멍을 들여다볼 때에는, 그 속에 사는 수많은 생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과 강과 갯벌을 돈벌이를 위한 개발 대상으로 바라보면 그 땅에 깃든 생명은 보이지 않습니다. 산과 강과 갯벌은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씨앗입니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산, 비행기 활주로로 메워진 갯벌, 흐르지 않는 강은 더 이상 생명이 숨쉬는 곳이 될 수 없습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우리, 큰 소리로 요구하고 함께 행진합시다.

기후재난과 불평등 세상을 바꾸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함께 행진합시다.

핵발전과 화석연료 중심의 세상을 바꾸고 탈핵・탈화석연료・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함께 행진합시다.

개발과 성장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세상을 바꾸고 생명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함께 행진합시다.

화석연료 문명은 끊임없이 생태계를 착취하며 성장하고 에너지 식민지를 만들어 부를 축적해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업의 이익과 경제 성장이 자연과 생명보다 우선인 세상이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우리는 늘 길을 만들어 왔습니다. 전환의 방향으로 우리가 내딛는 걸음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걸음은 곧 길이 될 것이고, 우리의 걸음이 많이 연결될수록 우리의 길은 더 넓어질 것입니다. 최고의 시간이 지났다고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을 바꿀 두 번째로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우리의 연대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꿉시다.

 

2024년 9월 7일

907 기후정의행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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